2m 옮겨 놓고 “돈 내라”…발레파킹, 꼭 해야 하나요? 2018.10.11 22:11
서울시내 일부 영업점 ‘무조건 주차대행’ 논란
평균비용 3000원, 대부분 현금결제
심지어 2m 옮겨놓고도 “돈 내라”
직원 부주의로 차량·시설 피해 땐
보험 여부 따라 일부 책임 돌아가
주차단속에 걸려 과태료 내기도
지자체, 관련법 없어 민원해결 못해
국토부선"일부지역에 국한" 뒷짐
#1.직장인 조모(29)씨는 얼마 전 여자친구와 서울 강남구의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발레파킹(대리주차)을 해준다는 말에 키를 두고 차에서 내렸는데, 직원이 불과 2m 남짓 차를 옮기더니 도로 갓길에 그대로 주차한 것이다. 주차선이나 별도 주차구역 표시도 없었다. 조씨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3000원을 달라더라”며 “‘이럴 거면 그냥 내가 주차해도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2.서울 노원구에 사는 최모(31·여)씨는 “결혼을 준비하느라 최근 강남에 갈 일이 많아졌는데, 갈 때마다 발레파킹을 도대체 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웨딩업체를 비롯한 영업점들이 주차공간도 제대로 확보해놓지 않고 부담과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한여름에는 발레파킹 업체 직원이 탄 다음에 차에 땀이나 담배 냄새가 배 불쾌했다”고도 했다.
강남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데 비해 주차공간이 협소한 지역들에서는 이처럼 발레파킹 서비스를 의무화하고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 상점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주차공간에 여유가 있거나 직접 주차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꼭 발레파킹을 이용해야 하는 탓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발레파킹으로 인한 피해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법이 없어 발레파킹 이 문제를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발레파킹 서비스를 운영 중인 영업점들은 대부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주차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영업점들 입장에선 부족한 주차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물론, 골치 아픈 주차관리를 외주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발레파킹 비용은 최소 1000원에서 5000원까지 다양하다. 기자가 강남 일대를 돌며 문의한 결과 3000원을 받는 곳이 가장 많았다. 현금 결제만 받는 곳이 대다수였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도로나 인도에 차를 대 불법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5월 실시한 2차 조사 기준, 서울에서 발레파킹 업체가 상습적으로 불법주차를 하는 곳은 총 580개소로 파악됐다. 주차 대수는 8476대에 달한다. 이는 2015년 8월 1차 조사(435개소, 9412대) 때보다 주차 대수는 1000여대 준 것이지만, 개소 수는 오히려 145곳 늘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에 약 74%인 427개소가 몰려 있다.
현행법상 지자체의 불법주정차 단속에 발레파킹한 차량이 걸려도 책임은 차주가 져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발레파킹 업체가 과태료 등을 보상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업체 직원의 부주의로 차량이 파손되거나 사고가 발생해 다른 차량·시설에 손해를 입혀도 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차주에게 일부 책임이 돌아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차를 맡기고도 불안에 떠는 이들이 적잖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설치된 불법 적치물. 자료사진 |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강남구는 2016년 발레파킹 업체를 관리할 법을 제정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으나 “서울, 특히 강남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내용이라 입법 필요성까진 없다고 판단된다”는 입장만 돌아왔다고 한다. 2년이 지나는 동안 중구와 용산구, 종로구 등 강북지역에까지 발레파킹이 확산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우리 부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못박았다.